5월 22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
제자들은 예수님의 고별 담화(요한 13-16장 참조) 뒤에 그분께서 ‘하느님에게
서 나오신 분’이심을 이제는 믿는다고 말합니다.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예수
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. 그분께서 “이제는 너희가 믿느냐?” 하
신 것은 제자들의 믿음을 인정하여서가 아닙니다.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제
자들의 배반을 예고하셨습니다. 십자가에서 드러난 구원의 신비를 온전히
이해하려면 머리로 아는 지식이나 믿고 싶다는 바람만으로는 부족하고, 반
드시 성령의 인도가 필요합니다. 제1독서는 요한의 세례만 알던 에페소 신자
들이 성령의 세례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하느님의 신비를 알아듣고 말할 수
있었다고 증언합니다.
“나는 혼자가 아니다.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.” 예수님의 이 말
씀은 십자가의 부르짖음(“저의 하느님, 저의하느님,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
까?”[마태 27.46]과 서로 어긋나 보입니다. 그러나 ‘아버지에게서 나오신’ 예
수님께서는 단 한 순간도 아버지와 떨어져 계신 적이 없으셨습니다. 십자가
에 달리신 예수님의 외침은 시편 22(21)편의 첫 구절이었습니다. 죄 없는 의
인이 자신의 수난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을 받고, 앞으로 온 세상과 미래의
모든 세대가 하느님을 찬양하게 될 것을 확신하며 기쁨 속에 찬미를 드리는
이 시편 기도는, 십자가에서 “세상을 이겼다.” 하고 외치셨을 예수님의
확신에 찬 고백이 되었습니다.
주님께서는 제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당신의 얼굴에서 지독한 고독
이 아니라, 하느님과 함께 계시다는 확신과, 모든 인간을 구원하셨다는 기
쁨을 볼 수 있기를 바라셨습니다. 그리하여 제자들도 주님처럼 고난을 겪을
때 용기를 잃지 않도록 말입니다. 우리도 십자가 너머 빛나는 희망과 구원을
바라보며, 주님 뒤를 따라 힘차게 걸어갑시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